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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 문화관광부 전통예술 아카이브 사업 자문회의 참석
일시: 2006.11.3.10:30~12:00
장소: 문화관광부
아래 글: 노재명 견해 발표 내용
한국전통예술 자료 수집과 보존, 정리 활용 방법론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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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전통예술 자료의 중요성
2.한국전통예술 자료 수집
3.한국전통예술 자료 관리 보존
4.한국전통예술 자료의 활용
5.한국전통예술 자료시설 확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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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전통예술 자료의 중요성
전통사회에서 고형의 민속예술을 학습한 원로 예술인들이 상당수 세상을 떠나고 현재 생존해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고 대부분 매우 연로한 상태이다.
전통사회의 민속적인 환경에서 자연스레 민속예술을 습득한 이러한 원로 예술인들과 달리 아스팔트 위, 기계 문명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젊은 현대인은 원로 스승의 기예능을 제대로 이어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10여년 후면 전통사회에서 전통예술을 학습한 원로 예술가들, 현재 생존해 있는 그 몇 명 마저 기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세상을 떠나게 되어 전승에 더욱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0여년 이후 미래에 우리가 고형의 전통예술을 실증적으로 접하려면 거의 자료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악의 봉장취, 중고제 판소리 같은 음악은 거의 고음반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여타 전통예술 장르에서도 전승이 끊어진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고 근근히 전승이 되고는 있으나 변질이 되어 원형을 되새겨 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그 관계 자료의 중요성은 급격히 증폭되고 있다.
그간 필자가 20년간 국악 자료를 수집, 관리하고 정리, 활용하면서 느낀 점과 몸소 경험하고 개발한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여기 적어본다. 자료의 입수 단계에서부터 보관, 목록 정리, 대외적인 활용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2.한국전통예술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을 위한 사전 정보는 노력한 만큼 얻을 수가 있겠다. 전국을 누비며, 해외로 다니며 명함을 뿌려야 한다.
국내외의 골동품 상점, 중고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수소문을 하다 보면 중간거래상(현장에선 일명 ‘나까마’라 불리는 사람)과도 알게 되고 자주 방문을 하게 되면 여러 상인들이 단골로 인식하여 명함을 보관하고 있다가 관계되는 자료가 나오면 연락을 해준다.
또 자료를 활발하게 수집하다 보면 소문이 나서 상인이 아닌 일반 개인도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처분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골동품 경매 사이트로도 자료를 상당히 많이 입수할 수 있고 인터넷상에 자료관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활동하다 보면 자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기증하겠다거나 팔겠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
사실 현재도 무형문화재, 학자, 평론가, 애호가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전통예술 관계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관공서 등 이를 수집 관리해야 할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러한 자료 수집과 관리에 있어 열의와 성실함, 체계성을 갖추고 있지 못해 선뜻 기증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에 유명한 레코드 수집가가 국가 기관에 평생을 모은 음반자료를 전부 기증했다가 관리가 엉망인 것을 나중에 목격하고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모 원로 무형문화재는 자신이 수 십년간 몸담았던 기관에 자체적으로 관계 박물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에 자료를 모두 기증하기도 했고 유명 방송국 프로듀서로서 전국을 다니며 20여년간 각종 전통예술 현장의 모습을 사진, 비디오 촬영을 한 모 연구가도 수많은 자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에선 마땅히 맡아 관리해줄 곳을 못찾고 결국 얼마전 일본 측에 넘겨 주기도 했다.
자료를 대하는 진지함과 중요성 인식, 양심, 노력, 자본력, 공익성만 잘 갖춘다면 귀중한 자료를 기증할 만한 소장가들도 많이 있고 아직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전통예술 자료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집의 필요성이 있는 전통예술 자료로는 악기 등의 도구 소품, 유성기음반(SP), 장시간음반(LP), 테입 등의 녹음자료를 비롯해서 동영상 비디오테입, 공연 안내 인쇄물, 신문 기사, 서적, 문서, 의상, 사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옛 자료 외에도 전통예술 현장의 모습을 지금도,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전국에 취재 조사를 다니며 기록을 남겨야 한다.
3.한국전통예술 자료 관리 보존
자료 100만가지 보유하고 있으면서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은 소장자료 1만가지라도 꼼꼼히 정리 잘 해서 지니고 있는 것보다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품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상되지 않도록, 찾아보기 쉽도록, 오랫동안 대대손손 잘 관리되도록 하는 목록 정리, 관리 보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는 흥분, 기대, 쇼핑의 즐거움 등으로 별 어려움을 모르고 신이 나서 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입수한 자료의 손상된 부위를 손질하고 고유 관리번호 부여하고 고증, 목록 정리하고 이동할 때 각별한 주의를 하고 부패, 파손되지 않도록 하고 도난, 화재 시설 갖추고 나중에 찾아보기 쉽고 활용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돈 하는 일은 참으로 따분하고 답답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고된 일이다. 대부분의 자료 수집가, 관계 기관이 일을 그릇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의욕적으로 박물관을 열었다가도 3년이면 절반이 문을 닫는다는 게 우리네 박물관이고 100명의 민속자료 수집가 중에 끝까지 대대손손 자료로 남기게 되는 사람은 10%도 안되는 까닭이 바로 자료의 관리 보존 부분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고 수집에만 주력하고 관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대하게 수집되었다가 목록 조차 안남고 산산히 흩어져 사라지는 수집 자료들이 엄청나게 많다.
자료는 입수와 동시에 고유 관리번호와 고증을 통한 상세한 기록 부여, 목록 정리, 컴퓨터에 입력 데이터베이스화, 확실한 보관 장소 확보 비치를 그때그때 즉시 해주어야 한다.
자료의 수집과 분석, 연구 활용 등 그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때다. 이때 자료의 생명력이 결정된다. 이때 기록 관리자가 부실하고 무성의하게 자료에 기록을 하게 되면 이 자료는 경우에 따라서는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영영 아무도 못찾는 미아가 될 수도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관과 사람들의 인식이 이 기록 작업을 중요치 않게 여겨서 숙련된 전문가를 투입하지 않고 초보자나 비전문가에게 맡겨 일을 그르친다. 자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 기록, 목록, 데이터베이스화를 가장 숙달된 전문가가 맡아야 하며 이 작업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여 빨리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며 작업하는 사람을 채찍질해서는 아니되며 빨리 목록을 보고 싶어서 미숙한 초보자를 대량으로 투입하여 단기간 내에 목록, 기록,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는 것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 식으로 수 년 전에 각종 기관에서 전혀 전공과 무관한 수많은 인력을 실업난 해결한다고 투입했다가 망친 사례가 실제로 아주 많고 그 후유증도 컸다.
단 한명을 투입하더라도 양심과 열의와 끈기, 고증의 능력이 있는 가장 최고의 전문가에게 이 고증, 기록, 목록화 작업을 맡겨야 한다. 하루에 단 한 개 자료에 대해 목록 입력을 하더라도 꼼꼼하고 완전하게 하나하나 마무리 지어 가면서 진행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언뜻 생각하기에 단순 작업이고 가치 없어 보이는, 마냥 시간 까먹는 뇌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인 것 같지만 수도승 같은 인내와 초인적인 노력, 한없는 끈기와 굉장한 고증 능력이 있지 않으면 아니되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높게 인정해 주어야 한다 무한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렇지 않으면 소장 자료의 숫자가 얼마이든,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입수된 자료 자체에 꼼꼼하게 고증 내용과 여러 가지 중요한 사항을 기록하여 적어 놓고 그 내용을 컴퓨터에 데이터베이스화 해가면서 입력하고 이것이 막바로 자체 자료관 내지 소장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저장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완전히 완성된 목록집은 검색 가능한 서적과 DVD 매체로 편집 제작해 놓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본다.
필자가 설립한 소장 자료 35000여종의 국악음반박물관에서는 지난 20년간 국악 음반을 수집하여 지금까지 나온 국악 음반자료의 95%를 수집, 고유번호 부여, 고증, 목록 기록, 데이터베이스화, 검색 가능한 사전 시리즈 서적 총 7권 제작,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 모든 정보가 검색 가능하도록 구축을 완료하였다.
수 년 전까지 수집을 넘어서서 이러한 데이터베이스화, 또 이를 검색 기능의 사전 서적화와 DVD 매체화 작업 수준까지를 수집가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기관에서 조차 꿈꾸기가 어려웠다. 헌데 최근 복권기금과 국가 정보화 자금 등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다양해지면서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4.한국전통예술 자료의 활용
수집된 자료가 각기 고유의 관리번호가 부여되어 자료실에 진열되어 있고 도난, 화재, 습기, 먼지 등의 위험 요소에 대비되어 있고 고증, 기록, 데이터베이스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망라하여 정리한 사전 형태의 서적까지 만들어 놓는다면 원천자료는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기가 좋다.
자체 자료관이나 관련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 우선 소장 자료의 열람 검색이 목록상으로 가능, 용이하여 원천자료에 직접 손이 가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 자료의 손상이 많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방대한 자료의 관리가 쉽고 검색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작업된 고증, 기록, 데이터베이스화, 검색 기능의 자료 사전 서적을 바탕으로 하여 원천자료의 복사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이전에 사본을 만든다면 자칫 고유번호 혼동, 고증 내용이 원천자료와 사본자료 양쪽에 다르게 기록되거나 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원천자료는 타임캡슐에 넣어둔 것처럼 되도록 손대지 않고 가능한 복사본을 열람하고 대여하고 활용해야 하겠다.
원천자료의 복사본까지 만들어진다면 날개를 단 것처럼 활용이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부서지기 쉬운 오래된 공연 안내 인쇄물이나 신문 기사 원문 내용을 원천자료를 보면서 컴퓨터에 장시간 입력하다 보면 원본이 파손될 우려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사본이 있다면 부담없이 해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원천자료를 컴퓨터에 문자로, 녹음 및 영상 파일 등으로 디지털화한 후에는 이를 총집대성한 DVD 매체에 의한 멀티미디어를 구축할 수가 있겠다.
즉, 검색 기능이 있는 데이터베이스화 한 목록에다가 각각 문서 파일과 녹음 파일, 사진 파일, 동영상 파일 등을 연결해 놓은 DVD는 소장 자료를 아주 효율적으로 찾고 감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보기엔 작지만 어마어마한 멀티미디어 박물관 구실을 해낼 수 있다.
이렇게 구축한 DVD 내용은 그대로 인터넷 사이트상에서도 구현할 수가 있고 인터넷에서 자료마다 각각 콘텐츠로 다운로드 판매도 가능하고 DVD 멀티미디어 음반으로 대량 생산하여 수출하고 우리네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현대의 국내외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5.한국전통예술 자료시설 확대의 필요성
한국은 예부터 문을 중시하는 사회였기에 책, 도서관은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전국적으로 많은 도서관이 있다.
상대적으로 음반, 예술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미비하고 아카이브, 예술 자료시설이 굉장히 미흡한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승이 아주 위태로워진 전통예술 관계 자료관의 확충이 절실한 형편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어느 박물관 하나, 어느 자료관 하나를 지칭하면서 거기서 그 역할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국립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으면서도 도서관과 박물관이 전국에 무수히 많고 앞으로도 더 늘어나야 하듯이 예술 아카이브, 자료관, 전통예술 자료 박물관이 폭발적으로 더 많이 확대 신설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며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논리적인 분석에 의한 논문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논문이 탄생할 수 있도록 그 기초 토양이 되어줄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잘 고증하고 기록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만 한다.
평생을 전통예술에 몸바친 원천 예능보유자는 사회적으로 크게 대접받지 못하고 그 인간문화재의 예능을 대상으로 논문을 쓴 사람은 우러러 보고 논문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수집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리, 기록하는 사람을 단순 노동자로 보아선 안된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무언가 있는 만큼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다 추수 하는 작업에만 사람이 몰릴 것이다. 어느 누가 땅 파고 씨 뿌리고 땀 흘리려 할 것이며 그 누가 원로 인간문화재들처럼 평생 몸바쳐 전통예술을 하려 하겠는가. 앞으로도 그렇다면 어찌 제대로 된 자료집, 사전 한권이 나올 수 있겠으며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 우리네 학계의 연구 논문의 질은 또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학문과 예술 장르가 점차 세분화 되면서 전통예술 아카이브의 수집 대상과 성격, 운영 방식도 판소리, 전통춤, 국악기 등으로 제각각 분리가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각 자료관 간에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고 보완,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장차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모쪼록 너무나도 반가운 국가의 전통예술 아카이브 사업, 전통예술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보존, 다양한 연구 활용이 모두 다 잘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2006년 4월 6일/11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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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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